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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지의 역사: 일본 휴대전화에서 세계 표준까지

1990년대 일본 휴대전화의 작은 그림 문자가 어떻게 전 세계 모든 기기에서 쓰이는 표준이 되었는지, 유니코드 편입과 아이폰 키보드, 😂 올해의 단어, 피부색 변형까지 이모지의 주요 장면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쓰는 이모지지만, 출발점은 1990년대 일본의 휴대전화였습니다. ‘이모지’라는 이름부터가 일본어입니다. 그림을 뜻하는 ‘에(絵)’와 문자를 뜻하는 ‘모지(文字)’를 합친 말로, 생김새가 비슷한 영어 단어 emotion(감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작은 그림 문자가 세계 표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주요 장면별로 살펴봅니다. 학교 과제나 발표 자료를 준비한다면 연도와 흐름을 정리하는 데 참고해도 좋습니다.

1990년대 일본 통신사의 그림 문자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휴대전화로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화면은 작고 글자 수는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짧은 그림 하나로 날씨나 기분을 전할 수 있는 기호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7년, J-Phone의 그림 문자

휴대전화 그림 문자를 먼저 선보인 곳은 J-Phone(지금의 소프트뱅크로 이어지는 통신사)이었습니다. 1997년에 하트 모양 등 그림 문자를 쓸 수 있는 휴대전화를 내놓았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일부 기종에서만 쓸 수 있어 널리 퍼지지는 못했습니다.

1999년, 구리타 시게타카의 176개 이모지

이모지의 출발점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99년 NTT 도코모의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 ‘i-mode’입니다. 당시 도코모에서 일하던 구리타 시게타카(栗田穣崇)가 중심이 되어 만든 176개의 그림 문자가 이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이 이모지들은 가로세로 12픽셀이라는 아주 작은 칸 안에 그려졌습니다. 해, 구름, 우산 같은 날씨 기호, 하트, 전화기, 음식, 표정 등 짧은 메시지에 자주 필요한 그림들이 담겼습니다. 이 176개의 이모지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소장품이 되었습니다.

통신사마다 따로 놀던 이모지

이모지가 인기를 끌자 다른 통신사들도 저마다 이모지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도코모, au(KDDI), 소프트뱅크가 각자 다른 이모지 목록과 다른 내부 번호를 썼다는 점입니다. 같은 하트라도 통신사가 다르면 번호가 달라서, 다른 통신사 사용자에게 보내면 엉뚱한 기호로 바뀌거나 아예 사라지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모지가 ‘표준’이 필요해진 이유입니다.

유니코드 편입(2010)

2000년대 후반, 일본 시장에 진출한 구글과 애플은 일본 휴대전화의 이모지를 자사 서비스에서도 제대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통신사들의 이모지를 전 세계 공통 문자 표준인 유니코드에 넣자는 제안이 나왔고, 몇 년간의 논의를 거쳐 2010년 유니코드 6.0에 수백 개의 이모지가 정식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모지가 특정 회사의 그림이 아니라 알파벳이나 한글처럼 고유 번호를 가진 ‘문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어느 회사의 기기든 같은 번호를 받으면 같은 뜻의 이모지를 보여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그림 자체는 회사마다 따로 그리기 때문에, 지금도 기기마다 이모지 모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모지캔버스의 이모지 페이지에서 추가된 해가 ‘2010년’으로 표시된 것들이 바로 이 시기에 유니코드에 들어온 초창기 이모지입니다.

애플 키보드와 세계적 확산

이모지를 일본 밖으로 퍼뜨린 일등 공신은 아이폰이었습니다. 애플은 2008년 일본 시장을 위해 아이폰에 이모지 키보드를 넣었는데, 처음에는 일본에서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용자들이 설정을 우회해 이모지 키보드를 켜는 방법을 공유할 정도로 관심이 컸습니다.

2011년 iOS 5부터는 전 세계 아이폰에서 이모지 키보드를 기본으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니코드 표준화와 맞물려 안드로이드 등 다른 플랫폼도 이모지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이모지는 순식간에 전 세계의 일상 언어가 되었습니다.

😂 올해의 단어(2015)

2015년은 이모지가 얼마나 큰 존재가 되었는지 보여 준 해였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그해 ‘올해의 단어’로 단어가 아닌 이모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을 선정했습니다. 그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 이모지였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습니다.

2014년부터는 7월 17일을 ‘세계 이모지의 날(World Emoji Day)’로 기념하는 문화도 생겼습니다. 애플의 📅(달력) 이모지에 7월 17일이 그려져 있던 데서 날짜를 따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성을 담는 변형

이모지가 세계로 퍼지면서 “사람 이모지가 모두 같은 피부색이고, 직업 이모지의 성별이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니코드는 이에 응답해 이모지에 변형을 더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유니코드 컨소시엄에 새 이모지를 제안할 수 있고, 심사를 거쳐 매년 새 이모지가 추가됩니다. 1999년의 176개에서 시작한 이모지는 이제 피부색 변형까지 합치면 수천 개에 이릅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일본식 이모지의 흔적

이모지가 세계 표준이 되었지만, 키보드를 찬찬히 살펴보면 일본 휴대전화 시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초기 이모지가 일본 통신사의 목록을 그대로 옮겨 왔기 때문에, 일본 사람이 아니면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모지들이 지금도 기본으로 들어 있습니다.

이런 이모지를 보면 이모지가 처음부터 ‘세계 공통어’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생활 문화 속에서 태어나 세계로 퍼져 나간 기호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모지가 나라마다 다른 뜻으로 읽히는 일이 생기는 것도 이런 역사 때문입니다.

마지막 확인 2026-10-18

이 글의 이모지

켜두면 이모지를 누를 때 상세 페이지 대신 아래 칸에 담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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